서울특별시병원회
병원 in 서울

2025  
55호

경희대학교병원 토모테라피센터


■ 현재 최신 신규장비 도입 진행 중 (25년 8월 완공)

■ 적용 범위 : 폐암, 두경부암, 유방암, 부인암, 직장암, 비뇨생식암, 간암, 췌담도암, 식도암, 뇌척수종양, 피부암, 근골격계암 등



  경희대학교병원 토모테라피센터(2008년 1월 개소)는 최첨단 토모테라피 장비를 국내에서 6번째로 도입해 지금까지 수천 명의 암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해오고 있다. 방사선 수술이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무렵, 대부분 국내 의료진이 간암 환자에만 방사선 수술을 시행한 것에 비해 경희대학교병원은 폐암 환자의 방사선 수술을 시도해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치료 기간과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폐암 방사선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에 발표하기도 했다.


  ‘토모테라피’는 대표적인 방사선 치료장비다. 토모테라피는 매우 거대한 방사선 치료 기계로 360도로 회전하면서 환자의 종양 부위에 정밀하게 빔을 쏜다. 암 종양에만 고선량의 방사선을 정확히 쏘는 것이 토모테라피 치료의 핵심이다. 토모테라피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격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사수가 과녁을 정확히 조준한 후 총을 쏘듯, 의료진이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쪼이며 종양 주변의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어 종양은 정확하게 제거하고, 치료 합병증은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360도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닌, 빔을 쏜 후 멈추고, 또 한 번 빔을 쏜 후 멈춘다고 해서 ‘스텝 앤 슛(step and shoot)’ 방식의 기계만 존재했으나, 지금은 ‘슬라이딩 슛(sliding shoot)’ 기계가 개발되었고 그것이 바로 토모테라피다. 토모테라피가 슬라이딩 슛 방식 방사선 치료의 포문을 연 셈이다.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도 개복수술보다는 부담이 덜한 토모테라피 치료는 모든 암종의 환자들이 받을 수 있다. 폐암, 두경부암, 유방암, 부인암, 직장암, 비뇨생식암, 간암, 췌담도암, 식도암, 뇌척수종양, 피부암, 근골격계암 등 암 환자의 약 70% 정도가 실제로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공문규 교수는 “토모테라피는 방사선 수술, 세기변조 방사선 치료,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 등 모든 기법의 치료가 가능하고, 따로 떨어져 있는 두 군데 이상의 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한 번에 조사할 수 있는 방사선 세기도 기존의 장비보다 월등히 높아서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치료 시간이 길어질 때 발생하는 환자 움직임 등에 의한 치료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모테라피에는 ‘치료’와 ‘수술’이 있는데,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치료의 횟수다. 방사선 치료는 약한 방사선을 쪼이며 25~30회 정도 길게 치료를 이어가는 반면 방사선 수술은 고량의 강한 방사선을 적은 횟수로 조사한다. 개복하지 않고 받는 수술이기에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모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은 넓은 부위에 조사할 수 없으므로 종양이 작은 경우에 가능하며, 이러한 조건이 있다 보니 대부분 1기의 초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토모테라피 치료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앞서도 언급했듯 정확도다. 정상조직에 방사선을 조사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매우 크므로 암종양에 정확히 조사할 수 있는 의료진의 숙련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방사선 치료,
‘의료진의 집중력과 숙련된 경험’이 치료의 관건


  암은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암 치료법에는 크게 방사선 치료, 수술, 항암약물요법이 있다. 이중 방사선 치료는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환자에게 필수적으로 행해지는데, 이 두 가지 암 발생이 많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체 암 환자의 70~80%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는 “외과에서는 환자의 전신 상태, 암조직 및 정상 장기의 해부학적 특징 등을 고려해 메스로 종양을 절제하는데, 방사선 치료도 비슷한 점이 많다”며 “방사선 치료 또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암의 진행 정도, 암세포의 악성도, 암조직과 주변 정상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 등을 고려해 ‘사이버 나이프’라 불리는 방사선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사선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마취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고령 환자이거나 당뇨, 신부전, 간경화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전신 마취로 인해 여러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취할 수가 없고, 이에 따라 암 수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문규 교수는 “외과적 수술과 달리 방사선 치료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마취를 할 필요가 없어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으로 인해 마취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으며, 외과적 절제가 어려운 부위에 위치해 있는 암도 비교적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방사선 치료가 모든 암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위, 소장, 대장 등은 약한 방사선으로도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종양 주위에 이런 장기들이 위치해 있다면, 방사선 치료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위암, 대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대부분 시행하지 않고, 수술과 항암약물요법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공문규 교수는 “이처럼 환자 개개인의 전신 상태와 종양의 위치, 각 치료의 장단점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중 가장 이상적인 치료를 선택해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등과 같이 입자선을 이용한 치료 방식이 도입되면서 방사선 치료의 효과가 훨씬 높아졌고, 정확도가 올라가면서 암만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일부 병원에서만 입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조만간 입자 방사선 치료가 대중화한다면 수술 없이 방사선으로 간단하게 암을 완치하는 환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문규 교수는 “다만,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의료진의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면 장비는 무용지물”이라며 “제거해야 할 암조직과 보호해야 할 정상조직을 명확히 구분해 방사선의 방향과 세기, 각도 등을 결정하고 환자의 호흡, 장기 움직임에 따른 오차를 최소화하는 등 의료진의 숙련된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문규 경희대학교병원 토모테라피센터 방사선종양학과장 인터뷰


“암 치료의 미래, 방사선 수술 시대가 온다”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환자를 만납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자부심을 가지고 치료에 임합니다.”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과장은 ‘암 환자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마음으로 17년째 토모테라피센터를 이끌고 있다.

  공 과장은 방사선 수술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과를 이뤄내며,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경희대병원 토모테라피센터는 지금까지 7천 명에 가까운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제공했다.

  특히 공 과장은 “국내 최초로 방사선 수술 개념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수 주간 이뤄지는 반면,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은 강한 방사선을 이용해 짧은 기간에 치료를 마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 과장은 2022년 세계 최초로 연속 폐암 방사선 수술법을 학계에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는 폐암 방사선 수술을 하루 간격을 두거나 이틀 간격으로 시행했는데, 저희는 매일 연속으로 시행했습니다. 강한 방사선을 매일 적용하더라도 부작용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덕분에 치료 기간과 입원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센터는 최근 70억 원을 투입해 최신 토모테라피 장비를 도입했다. 공 과장은 “기존 장비보다 정밀도는 두 배, 치료 시간은 절반 수준으로 개선됐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훨씬 편안한 치료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토모테라피는 다양한 암 종에 적용 가능하다. 특히 방사선 수술은 초기 폐암, 간암 등 수술이 어려운 부위나 수술을 거부한 환자에게서 큰 효과를 보인다. 공 과장은 “방사선 수술은 조사 강도가 세고, 횟수가 적어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 외과적 수술이 가능하면 외과적 수술이 우선되지만, 방사선 수술은 2~3일 내에 치료를 마치고 비용도 100만 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공 과장은 방사선 수술의 성공을 위해선 의료진의 숙련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선은 단 5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폐암의 경우 호흡에 따라 종양이 움직이는데, 이를 정밀히 추적하며 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진의 집중력과 경험이 관건입니다.”

  경희대병원은 2014년부터 환자에게 사전 호흡 훈련과 움직임 제어 교육을 제공하며 오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사격의 과녁을 맞히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 나이, 암 위치, 크기, 순응도 등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센터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및 재정 확보다. 공 과장은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 한계가 극복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방사선 수술은 대학병원의 재정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적정 수가 보장 등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양성자·중입자 치료가 각광받는 데 대해 공 과장은 “토모테라피는 X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입자 치료와는 다른 장점이 있다. 모든 환자에게 입자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저희도 2030년에는 양성자 치료를 도입할 계획이다. 방사선 수술과 입자치료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암 치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과장은 최근 한 31세 여성 환자를 떠올렸다.

  “비인두암 환자였는데, 표준치료 후 6개월 만에 재발했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았지만 방사선 수술로 재치료를 시행했고,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 반째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젊은 환자의 생명을 구해 뿌듯합니다.”

  방사선 치료라는 길을 택한 이유를 묻자 “원래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손재주가 없었어요. 대신 방사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칼로 생명을 살리고 싶었다. 후회 없고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 과장은 끝으로 센터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중증 환자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많은 환자가 우리를 믿고 찾아오며, 그 신뢰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운과 덕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환자와 마주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공문규 과장은 오늘도 방사선 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토모테라피센터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