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
수련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의료인력 재배치와 병원 운영에 관한 변화의 움직임이 이는 등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 사태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어려움은 온전히 이 자리에 계신 원장님들을 비롯한 회원병원 모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서 이사회 인사 말씀을 통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이 자리에 계신 병원장님들로부터 각자 병원에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말씀을 들어봄으로써 현재 우리 병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지명하는 병원장님들께서는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서울시 산하의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의 이현석 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현석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현재의 어려움은 모든 병원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마는 저희 병원 역시 전공의들이 복귀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병원 입장에서는 재정적자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경기가 너무 좋지 않고 그로 인해 세수가 적은 관계로 서울시 역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2011년 그 중랑구로 이전하면서 많은 의료장비를 새로 구입했습니다. 따라서 그 15년 정도가 지난 장비 중에서 교체가 필요한 장비가 많은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도일 회장
이현석 원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인제대 상계백병원 배병노 원장님은 이제 취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다년간 병원행정업무를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사 말씀과 함께 현재 병원 상황에 대한 한 말씀 해 주시지요.
배병노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장
제가 부원장 1년을 하다가 병원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사실 병원행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앞서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희 병원은 이전부터 전공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병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다른 병원들에 비해 타격을 많이 받아 아직까지도 적자경영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물론 이런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병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합니다만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유인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어쩐지 알맹이가 빠진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해 듣기로는 이번 정부 발표로 전공의들의 분위기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고도일 회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아직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성욱 원장님께서 한 말씀 해 주시지요?
구성욱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그 점에 관해선 다른 수련병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정부가 6월 1일부터 내년 5월 말까지 근무를 할 경우 올해 말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발표한 만큼 이제부터 이 특례에 따라서 복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보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 전공의들의 경우 군입대에 따른 문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장석일 성애병원 의료원장
사실 서울시병원회의 경우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전공의 수련을 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들이 혼재해 있어 이번 의료 사태와 관련해 일관된 주장을 펴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전 같으면 수련을 받던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고 또 펠로우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의료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의 그 시계가 멈춰버린 상태로서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시바삐 새 정부가 들어서야 문제해결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학회에서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과 말씀을 나누었는데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이제 스승과 제자라는 공감대가 이전과 같지 않더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미국처럼 간호사들이 개업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장
저희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전환된 이후 경영 상태는 어느 정도 호전되었습니다. 그런데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벌써 1년 반이 되어가고 있어 교수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물론 야간 당직을 서는 교수님들에게는 당직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그 지급액의 10%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병원 부담이 되고 있지요.
그리고 정부가 전공의 문제해결을 위한 특례를 발표하면서 지금이라도 전공의들이 병원에 들어오면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병역특혜도 주겠다고 했는데 저희병원 신경외과 3년 차나 4년 차는 이미 군대에 갔고, 그래서 1년 차나 2년 차가 들어오게 되는데 의료개혁추진단에서 의료개혁 4대 사업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고, 병역특례에 대한 혜택도 없을 것이라고 해서 저희는 전공의들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의대 학생들에 대한 강의 역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병원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몇 명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기대하기로는 의정사태 이전 학생들의 절반만이라도 들어와 주는 것인데 아직은 다소 빠른 기대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도일 회장
저희 서울시병원회가 5월 마지막 주에 보건의료전문신문 ‘데일리메디’와 공동으로 ‘요양병원’에 관한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하려고 하는데, 차제에 요양병원협회 회장을 역임하신 윤해영 효성요양병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해영 효성요양병원장
저는 매번 토론 때마다 요양병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을 드려서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수가가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최저임금이 급속히 바뀌고 있고, 야간 근무의 정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한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와 같은 요양병원들에서 파생하는 문제들이 한 두 가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김병관 혜민병원장
전공의 문제와 관련해 아직 진행되고 있는 의료 사태가 벌써 1년 반이 되어 감에 따라 수련병원들 역시 전공의들 없이 병원을 운영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갔을 당시만 해도 경영에 큰 우려를 하던 병원들이 이후 1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전에 비해 경영이 크게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금이 많이 나와서 적자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고, 의료서비스 부문에서도 수술 대기시간이 이전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만큼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아무런 희망도 없이 군대에 갈 수밖에 없는 전공의들에 대해 병원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윤규 국립재활원장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예상됩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대화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공의들이 돌아올 날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회복하는데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때문에 저희 재활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고도일 회장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계신 이재학 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어서 서울시병원회 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조유영 자문위원님의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이재학 허리나은병원장
의료개혁 특위라든지, 요즘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시스템을 보고 있을라치면 ‘지금까지 내가 일을 하면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급변을 하고 있어서 저 역시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6월 1일부로 병상 총량제가 시행되고, 6월 21일에는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에 대한 시행령이 발효되며,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문제도 언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급여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런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 나름대로 생각중에 있습니다.
조유영 자문위원
이 자리에 계신 병원장님들을 비롯해 회원병원 모두가 느끼고 계시겠지만 참으로 암울한 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그래도 고도일 회장님이 주어진 역할 그 이상으로 잘하고 계신 것 같아 기대가 매우 큽니다.
고도일 회장
오늘 토론해 주신 병원장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말씀해 주신 내용은 잘 정리를 하여 제가 정부나 서울시 관계자를 직접 만나 건의하거나 정책 좌담회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